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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마시는 차 실론티

광화문[태종] 2024. 8. 12. 04:55

스리랑카 : 마음으로 마시는 차 실론티 

 

 

차(茶)의 나라인 스리랑카의 고원지대에 있는 누와라 엘리아. '빛의 도시'란 의미와 걸맞게 누와라 엘리아로

향하는 길은 작열하는 태양의 환영을 통과의례로 거쳐야 한다.

구릉지대를 굽이굽이 가르는 경사길을 덜커덩거리며 힘겹게 차가 달린다. 

가벼운 멀미 증상을 느낄쯤 눈 앞에 온통 초록 차밭과 푸른 하늘이 숨이 막힐 듯 펼쳐진다.

황금빛 실론티의 본 고장인 누와라 엘리아에 들어선 것이다.

산허리를 감고 있던 구름 사이로 햇살이 눈부시더니 갑자기 안개가 끼었다 걷혔다를 반복한다.

고통스럽던 태양의 환영식이 끝난 모양이다.

마침내 하얀 안개비가 내린다.

차창을 열자 상큼한 공기가 차안으로 빨려들어온다.

타는 듯한 햇살과 청정 바람 속에서 돋아나는 어린 차 싹들. 얼굴 여기저기를 피어싱한 여인네들이 

재빠른 손 놀림으로 잎을 따 이마에 매단 망을 채워간다. 

이렇게 딴 차 잎이 덖음·발효·건조 과정을 거쳐 실론티로 만들어진다.

실론티는 강한 향에 개운한 맛과 감칠 맛이 있다. 

항암효과·스트레스 해소·강심작용에다 각종 성인병 예방 효능이 뛰어나다. 

대뇌 중추신경을 자극하여 정신을 맑게 하는 작용도 있다. 

공복에 즐겨도 무리가 없다. 

그래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실론티를 단지 입으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마셔온 것이다.

실론티는 하루 서너 잔 정도는 수시로 즐길 수 있으나 늦은 오후의 실론티는 강한 카페인의 작용으로 밤잠을 

방해하기도 한다. 

차를 마시는 방법의 하나로도 불리는 스트레이트는 우려낸 차에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고 

본래의 빛·향·맛을 음미하는 것. 군더더기 없는 간결함에 흠뻑 빠져들 정도로 매력이 있다.

간혹 넣어 보는 우유와 설탕은 차 맛을 부드럽고 감미롭게 만들어 단 한 모금에도 스르르 눈이 감긴다. 

상큼한 레몬은 깊고도 화려한 맛으로 나른한 오후 시간에 또 다른 생동감을 준다. 

봄엔 마른 장미꽃 한 송이를 차에 띄우고, 가을이면 노란 국화꽃차 한 송이를 띄우면 운치를 더한다. 

실론티를 품으며 서서히 피어나는 꽃송이가 어느새 작은 화원을 만든다. 

그래서 봄도 가을도 언제나 내 작은 찻잔 속에 담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