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이 약’ 많이 먹으면 간 손상돼 미국선 1년 500명 숨져.
증상 초기 8시간 이내에 치료해야 생존율 높아져....환자 50%가 과다 복용인지 몰라

흔히 사용되는 진통 해열제인 아세트아미노펜 약물이 간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증상 초기 8시간 이내에 조치하지 않으면 손상 위험이 커지는 걸로 나타났다. 또 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간 괴사 및 심한 간 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약물은 한국에서 타이레놀, 라페론, 루트펜 등 여러가지 상표명으로 판매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발행하는 온라인 학술지 '스타펄즈(Starperls)'에 게재된 '아세타미노펜 독성(Acetaminophen Toxicity)이란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중독은 간부전의 주요 원인이다. 해마다 응급실 이송 사례가 5만6000건에 이르며 약 500명이 숨진다.
환자가 자신도 모르게 이 약물을 과다 복용한 사례가 50%다. 환자가 여러 약물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들어 있다는 걸 알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간에서 대사되며, 글루타티온(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항산화 물질로 세포 건강 유지와 활성산소 제거)을 통해 무독성 화합물로 변환된다. 하지만 과다 복용하면 이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반응성이 높은 독성 대사산물인 NAPQI(N-acetyl-p-benzoquinone imine)가 축적돼 간세포 손상을 유발한다. 더 진행되면 간 괴사가 일어나고 심각한 경우 갑작스럽게 간 기능이 상실되는 전격성 간부전에 걸릴 수도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독성의 임상 경과는 4단계다. 초기(30분~24시간)에는 메스꺼움, 구토, 창백함 등이 나타날 수 있으나 무증상일 수도 있다. 중간기(24~72시간)에는 간 손상이 시작되고 간 효소 수치가 올라가며 오른쪽 상복부에 통증이 생긴다. 중증기(72~96시간)에는 간 기능 저하가 심해져 황달, 출혈 경향, 저혈당증이 발생할 수 있다. 회복기(4일~7일)에는 다행히 살아 남은 환자는 서서히 회복되지만 몸의 조직이 완전히 회복하려면 수개월이 걸린다.
아세트아미노펜 독성 치료의 핵심은 N-아세틸시스테인(NAC: 천연 아미노산인 시스테인 유도체) 투여다. NAC는 글루타티온을 보충해 NAPQI의 독성을 줄인다. 초기(4시간 이내)에 활성탄을 투여해 체내 약물 흡수를 억제하고, 4~8시간 이내에 혈청 아세트아미노펜 농도를 측정해 NAC 투여 여부를 결정한다. 8시간 이후에는 간 손상 위험이 커지므로 NAC를 즉시 투여해야 한다.
아세트아미노펜 과다 복용과 관련된 사망률은 처음 8시간 이내에 증상을 알아내고 치료하면 낮아진다. 급성 간부전으로 진행되면 간 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독성의 예방을 위해 환자에게 정확한 복용법을 교육하고, 여러 약물에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걸 알려야 한다. 알코올, 허브 보충제 등의 요인은 아세트아미노펜의 간 손상 능력을 높일 수 있다.
김성훈 기자 (kisada@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