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무호의 비건뉴스] 75. 비만은 관절염의 적이다 ⑧

의과대학 약리학 첫 시간에 들었던, 약물학 아버지 파라셀수스의 명언이 있다. "모든 약은 독이다"는 이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을 최소로 한다.
외래 진료를 하면서 요즘 느끼는 특이 사항은, 과체중 환자들 대다수가 고지혈증약을 매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복용하고 있는 약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무슨 보약이나 되는 듯 고지혈증약을 추가로 먹고 있다.
알고 보니 놀랍게도 고지혈증약이 어느새 누구나 먹는 '국민약'이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에서 지난 5년간(2019~2023년) 병원 외래 처방약 1위가 고지혈증 치료제인 '리피토'라고 한다 [1].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밥 먹듯 이 약을 먹는 게 과연 건강에 좋을까? 의문이 생긴다.
고지혈증이란 혈액 속에 지방 성분인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필요 이상으로 많은 지방 성분이 장기간 혈액 내 존재하면 기름때가 끼이듯이 혈관 내벽에 쌓이고 염증을 유발한다. 또 플라크(plaque)가 형성됨에 따라 혈관 지름이 점점 좁아지면서 고혈압, 협심증이 생기고 결국에는 혈관이 막혀 심근경색, 뇌경색 등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나아간다.
2024년 한국 지질·동맥경화학회의 보고에 의하면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여 남성의 24%, 여성의 31%라고 한다 [2].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고지혈증으로 진단되면 스타틴 계열 약물을 복용하는데, 스타틴은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해서 일시적으로 수치를 낮추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약을 끊으면 다시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간다.
현재 스타틴의 효과는 너무 과장되어 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부작용은 경시되고 있다 [3, 4]. 약을 먹고 수치가 떨어졌다고 병이 나은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무슨 유행처럼 너도나도 고지혈증약을 복용하고 있으나, 여러 가지 부작용을 고려해 볼 때 약에 의존하기보단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근본적인 원인인 식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미국 내 유행하는 각종 체중조절 다이어트 8가지를 미국영양학학회(American Dietetic Association)의 표준 식사법과 비교해 보면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사법인 앳킨스(Atkins) 다이어트(*현 저탄고지 다이어트와 유사)에서는 콜레스테롤이 26% 증가하였고, 채식 위주인 오니쉬(Ornish) 다이어트에서는 오히려 콜레스테롤이 32% 감소하였다 [5].
왜 그럴까? 콜레스테롤은 모든 종류의 동물성 식품(고기, 생선, 우유, 계란)에 많이 들어있으나, 식물성 식품(현미밥, 채소, 과일)에는 하나도 들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육식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채식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게 자명한 원리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구성하고, 비타민D, 담즙(bile acid), 호르몬 생성 등 인간의 생존에 꼭 필요한 성분이라 간에서 필요량을 스스로 만들어낸다.
따라서 인간은 그것을 일부러 따로 먹을 필요가 없다. 동물성 식품을 먹으면서 고지혈증약을 먹는 건 우리말에 '병 주고 약 준다'는 속담과 같은 행동이다.
그래서 우리 몸에 고지혈증을 불러오는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좋은 다이어트일 리가 없다. 식물성 음식에는 콜레스테롤이 하나도 안 들어있기에 평소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던 분들도 채식하면 저절로 수치가 떨어진다. 단 2주간의 채식으로도 총콜레스테롤 22% 감소, LDL 콜레스테롤 33% 감소하였다 [6].
비만 환자 고지혈증은 채식으로 완치된다
고지혈증 환자들을 스타틴 약물 복용 군과 저지방 식이군(채식)으로 나누어 4주간 실험한 결과, 스타틴 군에서는 LDL 콜레스테롤 30.9% 감소, 저지방 식이군에서는 LDL 콜레스테롤 28.6% 감소하여 두 군 간에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에 차이가 없었다 [7]. 즉, 약을 안 먹어도 채식만 하면 고지혈증 치료는 저절로 된다는 말이다.
저탄고지 같은 육식 위주의 다이어트는 단기간 체중감소에는 성공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리는 등 심각한 문제들을 불러오기에 절대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다. 채식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화되어 먹던 약을 끊을 수가 있으니 현재 복용하고 있는 고지혈증약으로 인한 간 기능 장애, 고혈당, 당뇨병, 신경통, 근육통, 불면, 두통, 브레인포그(brain fog: 집중력 장애, 기억력 저하, 피로감, 졸림 등 뇌에 안개가 낀 듯한 복합 증상) 등 여러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8, 9, 10, 11].
체중감량을 위해 다이어트를 할 때 가장 참기 힘든 것은 배고픔이다. 어떤 이들은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제시하지만, 배고픈 다이어트는 100% 실패한다. 특정 다이어트(e.g. 키토제닉)는 고기를 많이 먹어 배고픔은 피할 수 있지만,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 등 미량 영양소(micronutrient)가 제대로 섭취되지 않는다.
한 연구에 의하면 저탄고지 식이요법으로 인체가 필요로 하는 27가지 미량 영양소를 모두 충족시키려면 무려 3만 7천 칼로리를 하루에 섭취해야 한다고 한다 [12]. 즉 육식 위주의 저탄고지 다이어트로 제대로 된 영양을 두루 섭취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된다.
따라서 영양제 보충이 필수이고, 요즘 유행하는 이런 다이어트 사업자들은 각종 영양제를 팔아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면, 채식은 마음껏 먹으면서도 살이 빠지고,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완벽하게 공급해 준다 [13].
세상에는 수많은 다이어트가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검증되어 부작용 없고, 영양분이 풍부하고, 배고픔 없이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는 채식뿐이다.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