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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西海 강점, 지금 막아야 한다

광화문[태종] 2023. 10. 27. 06:30

중국의 西海 강점, 지금 막아야 한다

 

 

6국 이해관계 걸려 있는데도
90% 소유 주장하는 남중국해처럼
中의 불법적 해양 영토 확장은
한반도 서해에서도 진행 중
동경 124도선 일방적으로 긋고
중간선 넘어와 빈번한 군사훈련
침묵·순응으로 방치하면 큰일…
서해 수호 의지 행동으로 보여야

 

 

동남아시아에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중국 등 6국으로 둘러싸인 남중국해라는 커다란 바다가 있다. 남유럽과 북아프리카로 둘러싸인 지중해와 같은 형상의 이 바다는 면적이 한반도의 15배, 지중해의 1.5배에 이를 만큼 광활하다. 이곳에는 동남아 국가들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주장이 복잡하게 얽혀 있으나, 기본적으로 어느 나라 소유도 아닌 국제법상 공해 지역이며, 동아시아와 중동‧유럽을 연결하는 유일한 해상 통로다. 이는 한국행 유조선과 LNG 운반선의 90% 이상이 통과하는 에너지 생명선이기도 하다.

 

 

그런데 1970년대 이래 중국이 남중국해 전체의 90%에 이르는 방대한 해역의 독점적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군사적 강점(強占)을 확대해 가고 있다. 2014년부터는 이 해역에 인공섬을 약 30곳 만들어 군사 기지화하면서 이곳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통행 허가를 받으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영해 범위는 중국의 최남단 영토인 하이난섬에서 무려 1800km 떨어진 보르네오섬의 말레이시아 영해 북단까지 이르고 있다. 한마디로 황당하다. 중국이 영해권을 주장하는 유일한 근거는 조상들이 그 해역에서 수백 년간 어업에 종사하는 등 역사적 주권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마치 이탈리아가 옛 로마제국이 지배하던 지중해 전체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처럼 터무니없다.

 

 

이에 항거하는 필리핀 정부의 법적 제소에 대해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2016년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근거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현존하는 국제해양법 체계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중국은 판결 불복을 선언했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강점을 막고 통항 자유를 지키고자 2015년부터 아태 지역 동맹국들과 더불어 매년 3-10차례 ‘항행의 자유 작전’이라 부르는 다국적 해상 시위를 시행 중이다. 이 작전에는 역내 미국 동맹국이 거의 모두 참여하고, 때로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 함대까지 합류한다. 미국의 역내 동맹국 중 불참국은 한국 한 나라뿐이다.

 

 

이러한 중국의 불법적 해양 영토 확장 기도는 남중국해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 근해에서도 진행 중이다. 국제해양법에 따르면 국가 사이의 중첩된 영해나 경제수역의 경계는 등거리 원칙에 따라 중간선을 택하는 것이 상식이나, 중국은 대국이 훨씬 넓은 면적을 차지해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한·중 서해 경계선은 합의하지 못했고, 양국 영해 사이에는 남한 면적과 비슷한 크기의 잠정조치수역이 설정되어 있다. 이론상으로는 그 수역의 중간선이 우리 배타적경제수역의 경계선이다.

 

 

그런데 중국은 10여 년 전부터 백령도 서측 해상을 통과하는 동경 124도선을 일방적으로 중국군 작전 경계선으로 선포하고 빈번한 해상 군사훈련을 실시 중이다. 중국은 한국 해군이 그 선 너머에서 작전을 실시하지 못하도록 위협하면서 막무가내로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남중국해 불법 점거와 유사한 방식으로 동경 124도선을 한·중 해상 경계선으로 굳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런 중국의 의도가 성공한다면 서해의 70%와 한·중 잠정조치수역의 거의 90%가 중국의 바다가 된다. 중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과 방공식별구역(CADIZ)에 이어도를 포함해 숨겨진 야심을 드러냈다. 만일 이어도에 한국 해양 과학 기지가 없었다면 중국 군사 시설이 이미 그곳에 들어섰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대한 우리 정부와 군의 대응은 불투명하고 미적지근하다. 중국의 부당한 서해 강점에 대한 정부의 반대 논리는 명확하고 강력한지 몰라도 그 논리를 행동에 옮겨 해양 주권을 수호하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항행 자유를 수호하려 중국 해군과 잦은 갈등을 빚고 있듯이 한국 해군이 서해 해양 주권 수호를 위해 중국 해군과 충돌을 빚는다는 얘기는 들은 기억이 없다. 중국과 군사적으로 맞서기가 부담스러워 중국의 부당한 서해 강점을 침묵과 순응으로 방치하다 보면 이는 곧 익숙한 선례와 관행이 되고 언젠가는 실효적 지배의 증거로 굳어지게 된다. 그때 가서 대세를 뒤엎으려면 훨씬 큰 갈등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만일 우리 정부와 군에 서해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다면 그때가 아니라 바로 지금 행동에 나서야 한다.

 

 

글 / 조선일보 칼럼 /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前 외교부 북핵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