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천리 밖에 홀로 떠돌다가

광화문[태종] 2025. 6. 12. 05:39

※ 근현대 중국화가 정오창(鄭午昌)의 <江村圖> 선면(扇面) (1945年作)

 


천리 밖에 홀로 떠돌다가

獨遊千里外
독유천리외
천리 밖에 홀로 떠돌다가

高臥七盤西
고와칠반서
칠반령 서쪽에 올라가 누웠으니

山月臨窓近
산월임창근
산에 뜬 달 창가에 닦아서고

天河入戶低
천하입호저
은하수는 문에 나직이 들어선다.

芳春平仲綠
방춘평중록
꽃 피는 봄이라 팽나무는 파랗고

淸夜子規啼
청야자규제
맑은 밤에는 구견이 운다.

浮客空留聽
부객공유청
떠도는 나그네 부질없는 귀에도

藵城聞曙雞
보성문서계
보성의 새벽닭 우는 소리마저 들려 오구나.

 한시에서 율시는 절구와는 달리 보통 8구로 지어진 시이다.
초당(初唐)에서 청말(淸末)까지 중국의 문인들이 가장 애호했던 시가형식이었다.
과거시험에 공식으로 채택되기도 하였다.
 이 율시에 능했던 두 사람의 시인이 있었는데 심전기(沈佺期)와 송지문(宋之問)이다.
초당 후기의 대표하는 시인이었다.
두 사람의 시를 함께 모아 수록한 시집이 있다.
시의 형태가 비슷해 함께 수록된 시가 누구의 시인지 판별이 안 된다고 한다.
여하튼 위의 시는 지만지에 소개된 심전기 송지문 시선에 수록된 시이다.
홀로 떠도는 나그네의 고독한 심경을 읊어 놓은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