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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죽(孤竹)의 산장(山庄)을 찾아가서

광화문[태종] 2025. 5. 24. 04:22

 

고죽(孤竹)의 산장(山庄)을 찾아가서

 累月抱癸曠
여러 달 만나지 못했기에

 及此喜相來
오늘 기쁘게 찾아왔네.

 田廬樹木下
시골집은 나무 아래에 있고

瓜蔓懸秋林 
오이덩굴이 가을 숲에 걸려 있네.

 主人固無恙
주인은 참으로 탈 없이 지낸다면서

貧蔓不瓔心 
가난을 마음에 꺼리지 않고

怡然坐庭草 
즐거운 낯으로 정원의 풀에 앉아

 爲我奏鳴琴
나를 위해 거문고를 뜯어 주네.

 琴盡卽還別
거문고가 끝나면 다시 헤어져야 하니

 恨恨恨彌襟
슬프고 서러움만 가슴에 가득해라.

 조선조의 유명한 시인 손곡(蓀谷) 이달(李達)이 같은 삼당시인(三唐詩人)이었던 친구
고죽(孤竹) 최경창(崔慶昌)을 찾아가서 지은 시로 이달의 시 가운데 일품으로 치는 시이다. 
오랜만에 치구를 찾아가 회포를 풀며 뜰에 앉아 친구가 뜯어주는 거문고를 감상하고
헤어짐을 아쉬워 하며 슬퍼하는 내용이지만 전원적 운치와 소박한 서정이 넘치는 시이다. 
현대문명 속에 질곡된 삶을 사는 사람들은 가끔 한 번씩 옛날처럼 살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사는 삶, 그 자체가 문명화 될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