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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매직 마운틴

광화문[태종] 2023. 12. 10. 09:40

세븐 매직 마운틴 (Seven Magic Mountains)

 

 

2016년, 미국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 남쪽 사막에 형광색으로 칠해진 석회암 탑들이 세워졌다. 스위스의 예술가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세븐 매직 마운틴(Seven Magic Mountains)’이라는 작품이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에 설치된 공공 예술 작품 중 가장 큰 규모로, 텍사스의 ‘캐딜락 랜치(Cadillac Ranch)’, 마르파의 ‘프라다’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대지예술로 손꼽힌다. 몇 해 전 예술 팬으로 알려진 BTS의 RM이 다녀갔다고 해서도 유명해졌다.

 

 

작품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사막은 방울뱀과 사막 거북이들이 어슬렁거리는 황폐하고 적막한 환경이다. 그 한가운데 높이 솟은 돌탑들은 수평과 수직의 대비, 그리고 갈색 땅에 총천연색의 대비를 강조하고 있다. “사막에서 자란 형광 아이스크림 같다”는 표현이 아주 잘 어울린다.

 

 

이 작품은 대지예술(Land Art)이지만 동시에 사이트 스페시픽 아트(Site Specific Art)다. 즉 아무 벌판에 설치해도 될 것 같지만, 네바다의 사막에 설치했고, 또 그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마도 형광색의 수직 돌탑들이 네온 조명으로 덥힌 라스베이거스 고층 호텔들을 은유하기 때문일 것이다.

 

 

예쁘게 구축된 이미지에 비해서 만드는 작업은 그리 쉽지 않았다. 옮겨온 대형 바위를 현장에서 자르고 크기가 다른 33개의 바위를 분류, 한가운데 구멍을 뚫은 후 모양과 비례를 고려하여 간격을 두고 수직으로 쌓았다. 그렇게 세워진 10미터 높이의 일곱 개 탑을 페인트칠하며 마무리하는 과정이 총 5년 걸렸다. 2018년 철거 예정이었으나 하루에 1000여 명의 방문객이 찾아올 정도의 인기로 전시를 계속 연장하고 있다.

 

 

하나하나 예쁘고 밝은 형광색의, 토템 신앙을 상징하는 것 같은 돌탑의 형상은 인스타그램을 위한 최적의 배경이기도 하다. 과거 아무것도 없던 사막을 개발해서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를 만든 것처럼, 사막 한가운데 설치된 이 예술 작품이 그 자리에 오래 남아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 /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